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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승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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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혜진 작성일16-03-11 22:14 조회4,5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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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겼습니다. 이세돌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애초에 구글과 짜기라도 한 건 아닌지 의심해볼 정도로 완벽하게 지고 있습니다. 경기 전 언론에 내비친 그의 모습은 여유로웠고, 승리를 자신했고, 그만큼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이세돌의 승리를 기원한 이들은 기대만큼이나 큰 충격에 빠지고 있지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다가올 즈음 여기저기서 내기판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속한 한 단체에서는 9명 정도가 내기에 참여했는데, 7명이 이세돌, 2명이 알파고를 택했습니다. 두 명은 조심스레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만약 진짜 알파고가 이기면 정말 슬픈 것 아니냐"는 주변의 말에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첫 대국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였죠. 따지자면 이세돌에 판돈을 건 7명의 동료는 난생처음 보는 젊은 바둑 기사의 승리에 확신했다기보다, 인간 대 프로그램의 싸움에서 인간이 이기기를(인간의 입지를 지켜내기를 ) 간절히 바란 겁니다. 알파고가 두 판이나 이기자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옵니다. 이러다 로봇에 일자리를 다 뺏기는 게 아닐까? 실업자가 넘쳐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일을 로봇이 대체하기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걸릴까? 그 후에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될까?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의 세계가 코앞에 닥쳐왔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미래가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우리를 더 큰 혼란으로 빠뜨립니다. 이슈의 기저에는 놀람과 불안, 두려움이 자리합니다.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 거의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대규모의 실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없습니다. 국가? 알다시피 정부는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노동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기업? 애초에 기업은 이윤창출을 위한 집단이므로, 필요 없는 인력은 과감히 버립니다. 노조? 한국 노조는 너무 약해 기업을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인? 많은 정치인들이 공익보다 본인의 안위를 우선시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십수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취직했더니 어느 순간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내 휴대폰에 날아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로봇이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닙니다. '다가오는 실업과 신기술의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로봇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한 세계가 희망적일까? 기술 발전으로 이룬 풍요가 모두에게 돌아갈까? 기술 발전이 인류 역사의 진보라 할 수 있는가? 나아가 궁극적으로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면 무엇일까?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장의 일자리부터 인간의 본질에 관한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술 발달은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1세기 인류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듯 앞으로 더 고차원적인 기술을 보편적으로 다루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어떤 방식으로든 고등교육을 수료했거나 이미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코딩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필요도 없을 거고요.) 우리에게 더 현실적인 방법은 언젠가 내 능력이 쓸모없어지더라도, 그래서 실업 상태에 놓이거나, 이직을 고려하게 되거나,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최소한의 유보 기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겁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생계를 꾸려나갈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누가 그 미래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알파고와 관련해 진짜 중요한 문제는 노동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을 둘러싼 '정치', 그리고 '분배'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이세돌과 알파고에 관한 관심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의제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알파고가 총선의 진짜 변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헛된 기대이며 공상일까요?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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