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독서회

2018.5월 4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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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정 작성일18-05-28 08:32 조회216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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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작가의 사랑/ 문정희 / 민음사 

날짜 : 2018523일 수요일 오후 7

참석자 : 김지선, 김석화, 박소연, 주묘희, 김금옥, 김민호, 손병철, 정광모, 성현정, 김민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의 작품으로 수독사회를 맡게 되어 감개무량했습니다만, 할말은 많았지만 그저 입에서 맴돌뿐 진행이 더디거나 혹은 미숙하기만 했던거 같습니다.

예전엔 그저 문정희의 시가 좋아서 시집만 찾아읽었는데, 이번에 사회자로서 문정희가 펴낸 다양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그녀의 내밀한 사적영역에 슬며시 기어들어가 인간 문정희씨에 대해 더욱 알게(?)된거 같아 이번 수독사회를 맡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문정희씨가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녀의 시어의 키워드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1.   얼음번개

-1980년대 광주로 상징되던 시절 뉴욕으로 넘어가 썼던 시

 

그대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2.     글창녀 군인출신대통령의 청와대 초대에 불응하며 본인은 시인이 아니라 글창녀라고 표현한 시.

3.     흡혈귀- 시를 쓴다는 것은 과로와 배반으로 삶에 피를 빨리고 사는 느낌이라고 한 시

4.     곡비- 장례때 상주대신 우는 울음전문가처럼 시인도 시대의 슬픔을 대신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쓴 시

5.     나쁜 시인- 때로는 물질이나 아름다움에 취해 생의 허무에 어쩔줄 모르는 나는 나쁜시인이다라고 하며 쓴시

6.     기둥-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라는 시…^^

7.     유방-여성의 상징이지만 여성성의 억압내지 좌절 여성의 생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쓴 시

8.     다산의 여자- 자본주의 잣대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원형에 눈 뜨는 순간의 시

9.     안식년-결혼 혹은 졸혼에 대한 문정희식의 당당한 표현

10.   - 사랑의 응답이자 시와 시인이 주고받는 비밀의 대화

11.   늙은 꽃- 문정희는 불교철학을 그녀시 곳곳에 인용하고 있다

12.   쓸쓸- 시인은 누구나 그러하듯….

 

수독샘들: ‘작가의 사랑을 읽고난후

*현실은 전쟁터, 말랑말랑한 감정을 수독에서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적인 단어가 아닌 오랜만에 시적표현을 접할수 있어서 좋았다

*시를 읽는다는건 특별한 행위. 문정희 시인의 강렬함에 압도

*시에 대한 날카로운 경계

*문정희시는 연륜이 묻어난다.

 

시는 저마다의 감성과 수준으로 읽으면 된다고들 하지요.

그래서 시를 읽고 의견을 나누고 그러고 후기를 쓴다는건 생각보다 쉬운건 아닌거 같아요

문정희 시를 마지막으로 이만 후기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나의 펜

                       문정희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다

나의 펜은 피다

 

하늘이여 새여

먹어라

 

아나! 여기 있다

나의 암흑

나의 몸

새 땅이다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두번은 없다

 

댓글목록

김금옥님의 댓글

김금옥 작성일

<늙은 코미디언 / 문정희>

코미디를 보다가 와락 운 적이 있다
늙은 코미디언이 맨 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트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미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 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미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

이렇게 시를 시작한 시인이 좋다.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이런 것을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발견하는 그 따뜻한 시선이 좋다.
그리고 차가운 현실을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데우는 용기가,
“나와 치열하게 대면하는” 용기가 좋다. 정직함이 좋다.
 
“나도 나와 다른 여성들을 불신했어요”(길위의 인생158/ 글로리아 스타이넘)
문정희의 ‘시’를 만나면 이런 생각들이 사라진다. ‘그녀들’이 있어 든든하다. 그리고 오래도록 강력하게 내면화되어 있었던 자기혐오를 이제는 벗어야 할 시대임을 깨닫게 된다.
^**^

김민호님의 댓글

김민호 작성일

어쩌다 명품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시인’도’ 들었다는 명품 가방과 지름신의 강림을 노래한 시가 아마 촉발제가 된 듯하다. 명품 얘기는 나랑 먼 얘기지만, 듣고 있자니 께름칙했던 문제 하나가 해장하듯 풀렸다. 시란 게 바로 명품, 더 엄정히 말해 광모샘이 지적했듯이 사치품인 것이다.

시만큼 사치스러운 게 어디 있는가. 그 문학적 가치에 비해 어휘나 정보의 양이 극단적으로 적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그 용도로 치자면 돈도 안되고, 어디 짝에도 쓸모없는 글이 분명하다. 단지, 애매한 위안과 카타르시스만 줄 뿐인데, 그것도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람을 가려가며 준다. 또 짝퉁은 얼마나 많은가. 베끼고 복제가 쉬워 인터넷에 넘쳐나니 몇 푼 안 되는 시집조차 사치다. 이러니 가히 명품에 비할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정도 얘기하면 명품에 관해 고상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한테 개무시당하기 십상이다. 사치품을 싸잡아 명품이라니?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껌 씸는 소리나 들을 게 뻔하다. 맞다. 사치품과 명품은 분명히 뭔가 다르다. 그건 바로 ‘이름’이다. 값비싼 보석이 명품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보석이 캐럿(질량)이라면, 명품은 브랜드(이름)인 것이다.

아!~ 위대한 이름이여…….
시도 딱 그렇다. 다른 문학 쟝르와 달리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게 시다. 소설이 작품으로 기억된다면, 시는 작품 하나하나가 아닌 시인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시 하나는 ‘누구의 시냐?’는 그 총체로서 평가받고 귀속되지 따로 잘 평가하지 않는다. 멋들어진 시를 읊고서 누구의 시냐고 질문 받을 때가 결정적인 순간인 것이다. “아니, 그냥 한번…….” 하며 자작시라고 밝히는 순간 그 시는 웃음거리가 되지만, “이 시 몰라? 윤동주 시!” 라고 대답하면 그 시는 물론이고, 시를 읊은 자신마저도 곧바로 경외의 대상이 된다. 이러니 시가 명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쯤해서 문정희표 시를 다시 평가해보자. 그녀의 시는 명품 중의 명품이다. 시의 ‘에르메스’라고나 할까. 명품 얘기가 나랑은 먼 얘기라고 했듯이, 내가 문정희를 몰랐고, 그녀의 시가 잘 읽히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 같은 마음의 하층민이 어찌 명품을 알아볼 수 있었겠는가.

명품에는 장인의 손길이 묻어있듯이, 그녀의 시는 장인이 빗은 도자기와 같다. 그녀의 관록이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슬쩍 손길만 스쳤을 뿐인 시조차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시조차도 두고 보면 끝내 빛을 발한다. 난 오늘 명품을 걸친 것이다.

명품이 그렇단다. 아무리 남루한 거지꼴을 하고 있어도 에르메스 딸딸이만 신고 있다면, 그는 거지가 아니라 단박에 계급상승의 개과천선을 누린다고 하니... 삶이 비루할지라도 시만은 걸치고 살자. 아니, 만국의 노동자여! 시집을 들자. 이 땅의 흙수저들이여! 시를 읽자구나.

시만큼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명품이 어디 있으며, 시만큼 강력한 무기가 어디 있는가. 모두가 일손을 놓고 드러누워 시집을 읽는 순간, 혁명은 시작된다. 세상은 멈추고 비로소 뒤집힐 것이다. 자연은 되살아나고, 우정과 사랑이 전염병처럼 창궐할 것이다. 혁명이 이렇게 쉽다니!..

난 오늘도 붉은 깃발, 문정희를 치켜든다.

김민호님의 댓글

김민호 작성일

풍부한 시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민정샘의 사회 덕분에 간만에 뜨겁게 젖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못다한 제 얘기 이어봅니다.

정광모님의 댓글

정광모 작성일

즐거운 모임에 깔끔한 사회에 후기.문정희 시인이 70세가 넘어서 쓰는 시도 좋네요. 시를 쉽게 쓰는 게 참 어렵다고 하는데, 쉽고 편안하게 비유를 잘 들어 좋았습니다.

<저녁 메뉴>
오늘 저녁엔 우울을 한 웅큼 집어다가
시를 쓸까
국을 끓일까

안개처럼 자욱한 우울을
뜨겁게 끊여 마시면
개 짖는 소리 사라질까

하늬바람님의 댓글

하늬바람 작성일

멋진 사회, 핵심을 정리해주시는 후기네요.
제게는 모국어가 아닌거 같은 '시'를 주제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역시 함께 하면서 조금 더 눈을 뜬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